독서데이 : 트렌드 코리아 2018 (소확행과 언택트)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에서는 매년 말에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있다. 김난도 교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 문화, 경제, 역사를 아우르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들이 발표한 욜로(YOLO)는 2017년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마케팅에 스며들까?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가 제시한 2018년 트렌드 중에서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두 키워드, 소확행과 언택트를 소개한다.

1. 소확행(小確幸)

 

소확행(小確幸)이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신조어 “소확행(小確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그가 표현한 소확행은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 때의 감정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가리킨다. 행복의 강도보다 빈도에 무게를 두는 접근법이다. 

이처럼 하루키가 작품에서 표현한 소확행이 꿈꾸는 듯한 느낌으로 근사한 이미지라면, 현재 한국에서 드러나는 소확행의 양상은 훨씬 현실적이다. 한국에서의 소확행은 ‘지칠 대로 지친 하루, 기분 좋은 일은 없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이끌어내는 힘’에 가깝다. 혼자 먹는 저녁을 예쁘게 차려서 매일 인증샷을 남기는 일,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캔 등이 바로 대한민국 소확행의 현재다.

소확행에 주목하는 기업

많은 기업이 이미 소확행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상품 발매와 마케팅 전략으로 발전시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이케아는 “홈 파티 박스”라는 이름으로 쿠킹, 데코레이션, 플레이팅 등 14가지로 구성된 홈 파티 박스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집을 단순히 거주 공간에 그치지 않고 친목 공간으로 활용하며, 지인들과 모여 소박한 즐거움을 나누는 사교 활동 경향을 파악한 서비스였다.

 

신한카드에서 출시한 “Noon 카드”의 혜택은 독특하고 실용적이다. 이 카드는 매일 특정 시간대마다 다른 브랜드에 할인을 적용한다. 특히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외식 분야에 높인 할인율을 적용해 직장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 등 특별한 날이 아니라, 매일 찾아오는 점심 시간에 좀 더 즐겁게 소비하자는 관점이 들어간 서비스 전략이다.

2. 언택트(Untact)

 

언택트란?

언택트 = 사람과 만남을 대신하는 방식(비대면) X 4차 산업혁명 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반대를 의미하는 언택트(Untact)는 무인, 셀프,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의 접촉, 즉 콘택트를 지우는 서비스를 통칭하는 신조어다. 언택트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서비스가 단순히 기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산업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세계일보 “상품 바코드 찍으면 당일 배송… 무거운 장바구니 안녕~” 2017.02.07 

언택트에 주목하는 기업

롯데백화점과 SK텔레콤이 협업하여 도입한 “스마트 쇼퍼” 기술은 소비자가 바코드 스캐너가 포함된 ‘쇼퍼’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원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되고 집까지 배달되는 서비스다. 상품을 직접 카트에 담고 다닐 수고도, 계산대 앞에 긴 줄을 서고 기다릴 인내도, 물건을 들고 집까지 갈 필요도 없다. 언택트의 장점 중 하나는 비대면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간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은행에서 ATM과는 차별된 무인화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다. 기존 ATM에서 할 수 없던 적금 가입, 체크카드 발급 등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언택트의 또 다른 장점은 ‘익명성 보장’이다. 실제로 일본의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에 있는 “헨나 호텔(Henn na Hotel)”은 안내 데스크 직원부터 짐을 옮겨주는 포터까지 모두 로봇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노동력은 최소한으로 투입해, 청소와 경비 업무만 사람이 담당한다. 덕분에 호텔 직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 나의 얼굴과 신상이 노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직원이 로봇이라 호텔 숙박비 또한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 언택트는 저렴하기까지 하다.

트렌드의 트렌드

소확행과 언택트는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설명하는 단일 키워드에 그치지 않는다. 두 키워드는 우리의 일상과 산업 분야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서, 다른 트렌드를 재생산한다. 예컨대 소확행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세대’로 거듭난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독립된 휴식 공간인 ‘케렌시아(Querencia)’를 소유하거나 일시적으로나마 점유하고자 한다. 또한 언택트는 기술 발전과 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모든 재화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만물의 서비스화’를 가속한다. 

사실 용어는 다소 낯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2018 트렌드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트렌드와 소비 심리가 타당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18년 트렌드 전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