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데이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Book 2018. 4. 3. 18:54
에세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작가가 어렸을 적 도쿄에 상경한 외할머니를 추억하며 쓴 글이다. 작가는 <카모메 식당>, <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중년이 된다> 등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길어올리는 무레 요코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가보자. 어린 무레 요코 지방에 살다가 느닷없이 도쿄로 올라온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가 상경한 이유는 크게는 한 가지였다. 바로 도쿄 여행이었다. 그때 외할머니의 나이는 무려, 아니 아직 아흔 살에 불과했다.
외할머니의 이름은 모모요다. 모모요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할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한없이 인자하고 따뜻하며 남을 위해 배려하기 위해 싫은 것도 감내하는 그런 할머니가 아니다. 모모요는 호불호가 강하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을 자신 있게 요구할 줄 아는 할머니다. 비록 머리는 백발로 뒤덮여 새하얗지만, 눈동자는 항상 초롱초롱하고 다리는 젊은이들과 함께 걸어도 지치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모모요가 도쿄 여행을 계획하면서 세운 버킷 리스트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다섯 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이 리스트는 아주 구체적이고 또 소박하여, 그런 모모요가 한없이 귀엽고 멋있다. 모모요는 도쿄에 온 첫날에 버킷 리스트의 첫 번째 항목을 해치운다. 바로 '호텔에서 혼자 자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도쿄에 오며, 또 언제 호텔에서 혼자 자고 판다를 보고 하라주쿠에서 멋있는 옷을 입어 보겠냐는 모모요.
디즈니랜드에서, 하라주쿠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모모요와 함께하며 기록한 일화는 짤막하지만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을 하게끔 한다. 할머니여도 무서운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할 수 있고, 칙칙한 옷 대신 화려한 옷을 입을 수 있으며, 뼈가 부러져도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아흔 살인 외할머니가 어린 무레 요코에게 알려 준 사실이며, 삶의 노하우다. 때로는 철없게,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귀여운 모모요 할머니. 아니, 모모요.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외할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모모요. 누구의 할머니도 아닌, 모모요 그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 어떻게 살지, 어떻게 늙을지 고민한다면 이 모모요를 참고해도 되지 않을까. 즐겁고 가볍지만, 결코 가벼운 걸로만 끝나지는 않는 모모요의 짧고 강렬한 여행기였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데이: 이동진 독서법 (0) 2018.05.16 독서데이: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0) 2018.04.26 독서데이 : 불행 피하기 기술 (0) 2018.04.03 독서데이 : 신경끄기의 기술 (0) 2018.02.22 독서데이 : 졸업 선물 (0) 2018.02.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