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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데이 : 마녀의 초대장 전Culture 2018. 11. 7. 18:45
이노빈에 입사한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지금,
제게 벌써 세 번째 문화데이가 찾아오게 되었군요.
나이 순서대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회사를 나와 문화활동을 즐기던 이 문화데이가
오후 3시부터 퇴근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남들보다 일찍, 갑갑한 사무실을 벗어나 평소 접하지 못했던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좋은 경험으로, 기회로 다가오는 지금입니다.
제가 찾아온 곳은 역시나 회사에서 가까운 강남미술관.
마녀의 초대장이라는 다소 할로윈데이스러운 귀여운 전시관이었습니다.
해석이 필요한 어려운 예술작품 혹은, 역사, 작가의 일생 등 배경지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의 예술에 대해선
단 1%의 관심도 없는 저였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 마녀의 초대장 전시회가 제격이었어요.
지난 9월 21일 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강남미술관의 전시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저로선,
이 전시회가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의 인스타그램 사진 챙기기 목적이라는 걸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어려운 전시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얼굴에 철판 서너장을 깔고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건물로 들어섰어요.
성인 기준 12,000원이라는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관람료를 내고, 티켓팅 완료!
이제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여성분들의 인스타그램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함인지 공간 인테리어에 많은 투자를 해두었습니다.
갖가지 소품들로 공간 설치미술을 구현해두었으며, 일상 생활에서 보기 힘든 파스텔톤의 색감이
인스타그램용 사진 촬영 욕구를 뿜뿜 자극시켜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20대 초반 여성들이 인스타그램 사진 촬영을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요.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베스트샷을 찍어주기 위해 여러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통에
길게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더라구요.
마녀의 초대장 전시를 고려하고 계시는 분들은 예상치 못한 대기열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해두셔야 할 거예요.
몽환적이면서도, 동화같은 느낌의 공간 속에서 영화 속 대사 같은 오글거리는 문구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이 전시회의 콘셉트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져봤습니다.
하상욱의 단편 시 처럼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임팩트는 못지 않았습니다.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서 동화책의 일러스트레이트를 써 가는 느낌이 드는 공간 구성내년이면 33살이 되는 아재->아저씨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키치한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를 관람하시길 희망하시는 분들께 조언합니다.
절대, 남자 혼자 혹은, 남자 둘, 셋이서는 절대 관람하지 마세요.
얼굴이 계속 붉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입장 순간 3-40명의 여대생이 '어머 쟤 뭐야? 혼자왔나? 왜 왔지?'하는 표정으로
얼굴과 몸을 스캔하는 광경을 보게 될 거니까요.
지금까지, 이노빈이 자랑하는 직원복지의 결정체, 문화데이를 만끽했던 후기를 마칩니다.
앞으로는 지금 보다 깊이 있는 전시회를 찾아다녀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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