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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데이 :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s」Culture 2018. 8. 8. 17:28
날씨는 꾸리꾸리했지만, 습기는 어마어마했던 어느 오후, 백남준 아트센터에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백남준 아트센터. 개인의 전시공간이라고 하기에는 꽤 거대한 전시관이 눈을 사로잡았다. 과연 독특한 세계관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와 관객에게 다가올 지 궁금했다.
내가 들어간 전시관의 분위기는 이랬다. 그림을 전시하는 것과는 달리 영상물을 전시하는 곳이라서 어두운 분위기로 전시관을 연출한 것 같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기프트샵, 그리고 매우 친절한 안내원들께서 자리한 데스크가 바로 보였다. 무료 전시라서 티켓이 따로 제공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데스크에서 티켓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방문 예정인 분이라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티켓을 발급 받고 전시관 앞에 도슨트 겸 관람객 통제를 위해 서계신 분께 보여드리닌 쉽게 전시관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관 앞에 전시되어 있던 로봇 모양의 조형물. 조형물의 전신에는 화면이 하나 씩 담겨 있었다. 그 화면에는 같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역시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는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이렇게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예술가에겐 필요충분조건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모름지기 예술가라는 게 남들을 설득시키는 직업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개성을 오브제에 담아내는 직업이라는 생각과 부딪혀서, 내 생각을 접어버렸다.
로봇을 지나 작은 원을 그려 관람을 한 뒤 마주한 벽에는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s」전시의 개요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벽을 보며 고난에 빠진 직원께서 설명해주시기로는 이번 백남준의 전시를 보면 마치 환각제를 복용한 것처럼 몽롱한 느낌을 받게끔 꾸며진 전시라고 한다. 전시이름이 "30분 이상"인 것도 자신의 작품을 30분 이상 관람할 것을 관객들에게 역설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엔 10분 관람하기도 꽤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환각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s」의 전시 개요를 보고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30분 이상 보지는 않았지만, 환각에 걸리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기로 나와 약속한 채.
전시개요가 있는 벽면 옆에는 이렇게 TV 한 대와 마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타나 있는 물렁거리는 원은 마이크에 입력되는 목소리에 따라 그 모양을 바꾸었다. 큰 소리를 내면 원은 격렬하게 반응했고, 작은 소리에는 부드럽게 반응했다. 저 원을 보며 나와는 반대라고 생각했다. 난 엄마가 큰 소리를 내야 부드럽게 반응하고, 작은 소리에는 격렬하게 반응(또는 무반응)한다는 점이 달랐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난 이미 환각의 영역으로 빠져들어 버린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이번 전시에서 꽤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이 리플렛이 아닐까?
처음 리플렛을 폈을 때는 인쇄가 잘 되어 있었는데, 뒤로 가니 인쇄가 엉망이었다.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마냥 의기양양하게 직원에게 걸어가 "이거 인쇄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무식을 자랑한 것에 불과했다.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s」는 백남준이 관람객이 환각에 빠지길 의도한 걸 리플렛에도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어질러져 있는 리플렛이 환각 상태라면 아마 적당히 잘 겹쳐서 '웰메이드' 리플렛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 전시에 취하지 않아서인지 이걸 단순 오류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좁은 식견이 이 부분에서 터져나왔다는 생각에 너무 슬펐다.
리플렛 사진을 마지막으로 전시를 모두 관람했다. 「30분 이상 展, More than 30minutes」은 영상 전시라서 그런지 영상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사진촬영은 가능하나, 사실 영상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서 촬영에 흥미를 크게 갖지 못했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독특했다, 아주 많이. 내가 다녀본 전시에선 느끼지 못했던 것들, 하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고, 곳곳에서 "?"를 찍으며 전시관을 누볐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라면 혹은 충분한 배경지식이 있지 않다면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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