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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 전시를 다녀오다 : 섬세하고 치밀한 아티스트의 삶Culture 2018. 6. 15. 17:32
실험적인 음악가이자 영화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영화감독 류이치 사카모토. 그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 <Ryuichi Sakamoto: LIFE, LIFE>가 열렸다. 전시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자신의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음악으로 인식하고, 자신만의 방식 그리고 늘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에 가닿고자 하는 시도를 담았다.
ⓒ 피크닉
전시가 열리고 있는 피크닉(picnick)은 이 전시와 함께 오픈한 신생 문화 공간인데, 70년대에 설립된 제약 회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외관을 최대한 보존한 채, 내부에 하얗고 정돈된 현대식으로 모양을 바꾼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이다.
내부 촬영 금지라서 전시 작품을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러닝타임이 긴 영상과 쉽게 놓칠 수 있는 작은 소리에도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전시는 옥상까지 포함해 총 10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류이치 사카모토의 작품과 작업 과정, 그리고 그의 음악적인 삶을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세 개의 시선’이다. 각각 크기가 다른 화면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좌측에는 사카모토의 연주 영상, 중앙에는 그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영화의 장면, 우측에는 그의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온다. 같은 음악을 세 개의 각기 다른 시선과 다른 공간에서 듣는 경험을 하는 셈이다.
전시를 보면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수학자, 공학자라는 인상을 준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음악에 접근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알바 노토와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작업, 그리고 합동 공연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경향성을 단편적이나마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다.
위의 영상은 알바 노토(Alva Noto)와의 협업하여 공연한 영상이다. 알바 노토는 사인(sine)파를 사용하여 실험적인 작품을 보이는 노이즈 사운드 아티스트라는 점이 이 영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사카모토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알바 노토는 피아노 소리를 원자 소리로 나눈 다음 멜로디를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하고 결합하여 들려준다.
전시장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멘터리 <CODA>의 일부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는 산속으로 가서 나뭇잎을 밟으며 걷고 버려진 물건들을 만지면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소리를 채집하였다. 그리고 이 소리를 변형하고 활용하여 <Glass>의 트랙을 만들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나부끼는 커튼 자락 소리, 끓는 주전자 위로 나오는 수증기 소리마저 음악으로 들리는 류이치 사카모토. 그는 오후에 햇빛이 스미는 장면을 보면 이미지가 소리가 되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모든 것이 음악적으로 인지되는 사람이다. 빗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바스켓을 뒤집어쓰고 한참 빗속에 있는 그의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준다.
ⓒ 한겨레
마지막 전시장인 루프탑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음악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 음악이 변질되어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하면서도, 자신이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인 음악을 통해서 세상에 더 널리 알리는 데 노력했다.
항상 주변에서 음악을 발견하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려는 류이치 사카모토. 그의 머리가 백발로 뒤덮였을지언정 그는 현재 가장 젊고 가장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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